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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랑밭 새벽편지-맨하탄에서 만난 택시기사
작성자 정준회 등록일 2012.10.30 08:52:27 조회수 6,734
제가 만나 그분은
70세 초반으로 맨하탄의 택시기사였고,
전남 광주 출신이었습니다.

격동의 5.18 광주사태를 생생히 몸으로 겪고
더 이상 한국에 살 수 없어
남매와 아내를 데리고
미국으로 이민을 왔습니다.

영어도 안 되고,
먹고 살 방도도 없었던 그들은
맨하탄의 생선시장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어시장에서 일하면서
생선의 내장을 벗기고 비린내를 참아내며
살아가는 나날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직
아이들의 학비를 대기 위한 일에 묻혀 살았습니다.

어린 남매는 처음에는 부모가 어떤 일을
하는지 몰랐습니다.
'무슨 일을 하시느냐' 고 물어도
제대로 대답하지 않는 부모님...

궁금해진 남매는
어느 날 새벽 몰래 부모님을 따라 갔다가
험한 환경에서 일을 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오빠는 동생의 손을 꼭 잡고 말했습니다.

"추운 겨울 날
저렇게 손이 부어터지게 일하시는데
내가 군대에 가서 내 급여로 너의 학비를 댈테니
너는 공부를 해!
우리 열심히 해서 부모님의 은혜를 꼭 갚자."

이후 오빠는 부모님을 위해
동생의 학비를 위해
군인으로 지원해서 걸프전쟁에 투입되었고
동생은 열심히 공부를 했습니다.

하지만 오빠는 불행하게도 얼굴에 총상을 입어
그만 반신불수가 되고 말았습니다.

아버지는 더 이상 생선을 팔지 못했습니다.
아들이 생선을 손질하는 자신을 보고
군대를 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파란 많은 70인생의 맨하탄 택시 기사!
우리 민족의 가슴 아린 역사가 스쳐 지나갔습니다.

- 김광일 (새벽편지 스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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